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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Issue

[대학비전을 말한다]이효수 총장 N

No.1960101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10.05.31 00:00
  • 조회수 : 10691

"제2의 도약" 선언, 다른 대학에 없는 전공 신설 … 창의성 갖춘 Y형 인재 육성

[중앙일보]2010-5-31

 

 ‘담대한 변화’-. 330만㎡(약 100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캠퍼스 곳곳에 쓰여 있는 다섯 글자가 인상적이었다.

 

 우뚝 솟은 22층짜리 중앙도서관은 1974년부터 36년간 대학과 지역의 상징이었다.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좌석을 배정받고, 디지털화된 자료를 활용해 공부하고 있었다.

 

 이효수(59·사진) 영남대 총장은 “그동안의 소극적인 변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문, 새로운 교육, 새로운 연구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선도하는 것이 담대한 변화의 뜻”이라며 “교직원과 학생이 모두 건강한 변신을 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7일 캠퍼스 광장(천마로)이 내려다보이는 총장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18만 명의 인재를 배출한 대학치고는 그동안 너무 조용했던 것 같다.

“영남대는 소위 지방대가 아니었다. 1급 이상 공무원 배출 전국 7위, 공기업 임원 배출 전국 3위, 30대 기업 임원 배출 전국 9위 대학이 지방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글로벌 인식은 부족했던 것 같다. 20여 년간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경쟁 사회에서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절대적 후퇴를 의미한다. 정상화가 늦어진 것도 한 요인이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위상이 떨어졌던 것 같다.”(※영남대는 학내 문제로 89년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20년 만인 지난해 7월 정상화됐다.)

-새 출발의 비전으로 글로컬 이니셔티브(Glocal Initiative)를 제시했다.

“대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비전과 전략이다. 지식 생산과 인재 육성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지역 거점대학이 되겠다는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가 세계적 생명공학기술(BT) 클러스터가 된 것은 UC샌디에이고란 대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화와 현지화의 조화가 영남대의 미래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설명해 달라.

“개교 63주년(5월 18일)을 맞아 제2 도약을 위해 연구와 교육을 변화의 키워드로 잡았다. 국비 1000억원을 포함해 10년간 집중 투자할 3대 분야는 융·복합연구를 통해 개척된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섭의 연구를 통한 시너지를 내겠다. 10년 안에 3대 융·복합연구 분야 세계 10위권을 의미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10-3-10’에 힘을 쏟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전공 신설과 학문 간 시너지를 통해 창의성과 진취성,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 세계화와 지식기반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Y형 인재를 키우겠다.”

-10년 안에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3대 분야가 궁금하다.

“▶녹색기술 GIFT 플랜 ▶문화가치 CVC 플랜 ▶의·생명 H2O 플랜이다. 백화점식 대학 경영, 전통적 학문이나 연구를 고집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이 발표한 5대 미래사업 분야와도 일치한다.”

-용어가 생소하고 거창한 느낌이다.

“GIFT(Green Innovation For Tomorrow) 플랜은 녹색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선물(Gift)을 준비하는 대학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의 부가가치를 연구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LED-IT 융합산업화연구센터’와 ‘광역경제권 그린에너지 선도산업 인재양성센터’ 등에 700억원을 투자한다. 지역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자동차부품·기계산업 등과 연계해 지역 경제 활로도 찾겠다. CVC(Cultural Value Creation) 플랜은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사회 발전동력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지난해 영남권 유일의 융합형 디자인대학으로 선정돼 문화 콘텐트 개발 지역 거점이 됐다. 다문화가정 연구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다문화사회의 갈등 요소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 ”

-의·생명 H2O 플랜은 첨단 분야 같다. 영남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나.

“우리는 의학전문대학원과 약대·생명공학부·IT 관련 전공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들 학문의 융·복합연구를 촉진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는(Health and Happiness Oriented) 생명수(H2O) 같은 대학이 되겠다는 뜻이다. 의학·약학 ·IT·나노기술(NT)을 융합하고 복합한 연구가 본격화될 것이다. 3대 연구는 국내 최초로 세운 융·복합연구단지와 대학원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연구 못지않게 학부 교육은 더 중요하다. 커리큘럼을 바꾸고 다른 대학에 없는 전공도 만들겠다고 했는데.

“10년 전 상경대 학장 때 중국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경제·경영·국제통상·금융·중국어·IT 등을 융합한 ‘차이나비즈니스 연합전공’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올해는 ‘그린에너지 연합전공’을 개설했다. 물리학과 4명, 기계공학부 7명, 신소재공학부 7명, 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 7명 등 25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은 소속 학부(과)가 다르고 교수들 전공도 다양하다. 교수들은 강의와 지도를 공동으로 한다. 이 전공의 장점은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입학금과 4년간 등록금 전액 장학금, 단기해외연수 특전도 있다. 원자력 연합전공과 융합형디자인대학 등 새 전공을 계속 만들 계획이다.”

-그러려면 학과 구조조정과 교수 개혁이 불가피할 텐데.

“교수 경쟁력이 곧 대학 경쟁력이다. 교수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대학이 발전한다. 정년 보장 교수도 업적 평가를 통해 호봉 승급에 반영하는 등 인사 시스템을 정비했다. 학과에서 퇴임 교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충원 관행도 없앴다. 30년 전의 학문이 지금, 그리고 30년 후에도 필요할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연구 실적, 강의 평가, 봉사 업적, 연구 동향 등 객관적 데이터로 교수를 설득하고 변화를 유도하겠다.”

-대학 간 국제화 경쟁이 치열하다. 어떻게 진행 중인가.

“외국 학생들을 위해 영어로만 강의하는 국제학부도 올해 신설했다. 그 결과 1학기에 29개국에서 1100여 명을 유치했다. 하반기에는 미국 하버드·스탠퍼드대 등 유명 대학과 협약을 체결하고 원격 강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수 신규 채용 때 영어 강의 테스트를 하고, 최종면접 때도 1인당 10분씩 영어로 직접 면접을 했다. 이렇게 임용한 교수들에게 학기당 한 강좌를 영어로 가르치도록 주문하고 있다.”

-학부 교육 강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올해부터 고전 100선 읽기를 의무화했다. 학생들은 고전을 읽고 난 뒤 핵심 가치를 찾아내고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된다. 또한 교수 책임지도제를 도입해 학생의 학습 역량을 매주 점검·지도하는 등 수준별 맞춤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대담=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 사진=영남대 제공

☞◆영남대=경북 경산시에 있는 4년제 종합대학이다. 1947년 설립됐으며, 학부생 2만3400명, 일반대학원생 1600명, 법학전문대학원·의학전문대학원·8개 특수대학원생 1500명 등 모두 2만5600명이 공부하고 있다. 신입생은 매년 4800명 선발한다.

◆이효수 총장=1951년 경북 청도생.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79년부터 영남대 상경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UC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조순 전 부총리의 제자로 단층노동시장론을 개발한 노동경제학자. 한국노동경제학회장·한국노사관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계노사관계학회(IIRA) 아시아대표 집행이사다. 2009년 2월 영남대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명함의 e-메일 주소를 glocal@yu.ac.kr로 새길 정도로 글로컬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