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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명예ROTC "여군장교 꼭 되겠습니다!" N

No.1962451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10.08.09 00:00
  • 조회수 : 20348

가쁜 숨 몰아쉬며 운동장 1500m 달리고 강도높은 팔굽혀펴기…

시험 가산점 따기 위해 특전사 캠프 참가도

[조선일보]2010-8-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06/2010080600084.html


 지난 4일 오후 6시쯤 경북 경산시 영남대 공대운동장에서 빨갛게 지는 해를 등지고 여대생 6명이 트랙을 돌고 있었다. 이날 경산시 낮 최고 기온은 36.5도까지 치솟았다. 한낮은 피했는데도 여대생들이 입은 푸른 티셔츠는 금세 땀에 젖었다. "숨이 끊어질 만큼 뜁니다!" 정경찬(37) 교관이 다그치자 여대생들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악을 쓰며 달렸다. 1500m를 달린 여학생들은 가뿐 숨을 몰아쉰 뒤 곧바로 팔굽혀 펴기를 했다.

모두 4학년인 여대생들은 '명예 ROTC(학군사관후보생)'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1주일에 두 번씩 달리기와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 등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올 연말 여군 장교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다. 영남대는 올 4월 학군단 교관을 끝으로 전역한 정경찬씨를 이들의 교관으로 초빙해 훈련을 맡겼다.

지난 4일 오후 7시쯤 경북 경산시 영남대 학군단운동장에서 여군 입대를 지망하는 명예 ROTC 여학생들이 온 힘을 다해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연말 여군 장교 시험을 대비해 고강도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서효정(24·철학)씨는 하루 일과가 모두 여군 장교 시험에 맞춰져 있다. 오전 10시 학내 학군단에 가서 오후까지 필기시험 준비를 하고 더위가 덜한 오후 체력훈련을 한다. 이들은 다음 주에 전북 익산의 특전사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장유진(24·불어불문학)씨는 최근 EBS
(한국교육방송)에서 한 강사가 "군대 가서 죽이는 것만 배워 온다"고 말한 데 대해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라는 장씨는 "군대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우리처럼 열심히 준비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육군의 여군 장교는 해마다 190명 모집에 800명 가까이 몰려 4대1 안팎의 경쟁률을 보인다. 공군 여성 부사관 후보생 경쟁률은 2007년 6.8대1에서 지난해 17.6대1로 크게 높아졌다. 국방부는 지난 2일 기존에 없던 여성 ROTC 60여명을 올 하반기에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군 입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 내에 '여군 동아리'와 '입대준비 스터디'가 늘고 있다. 대전 한남대
에선 2004년부터 여군을 지망하는 여대생들이 모여 시험 정보를 교환하고 체력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부산 동의대는 지난 4월 여군 입대를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을 위해 태권도학과 교수를 지도교수로 배정하고 동아리방까지 내줬다. 영남대도 2005년부터 '여군장교 육성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여대도 예외가 아니다. 성신여대는 지난 1학기부터 '여군 학사장교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해 학생들의 시험준비와 체력 훈련을 돕고 있다.

 여대생들이 입대를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영남대 이지은(23·경제금융학)씨는 "5년 전 아버지가 육군 상사로 전역했다"며 "어떤 어려움에도 '군인정신'으로 꼿꼿했던 아버지 모습을 잊을 수가 없고 그런 아버지를 닮고 싶다"고 했다. 김소현(22·언론정보학)씨는 "전공을 살려 정훈장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여군 입대에 대한 주위의 편견을 아쉬워했다. 장유진씨는 "'취직할 데가 없어서 군대에 가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맘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런 고생을 하는 걸 알면 그런 소리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대생들 말투도 군대식으로 바꿨다. 군인들처럼 말끝을 "~다", "~까"로 썼다. 김소현씨는 "처음에는 군대식으로 말하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고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박수정(22·법학)씨는 "'요'라고 말을 끝내는 건 군대 갈 자세가 안 됐다는 증거"라며 웃었다.

 이날 저녁 7시쯤 되자 6명의 예비 여군들은 학군단 운동장으로 이동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번갈아 했다. 여대생들이 "교관님, 어두워 잘 안 보이는 데 더합니까?"라고 묻자, 정 교관은 "마지막으로 한 세트 더!"라고 소리쳤다. 여대생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체력훈련이 끝나고 정 교관이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데 10분 준다!"고 외치자 이마의 땀을 훔치던 여대생들은 "10분 말입니까?" "너무합니다"라면서 학군단 샤워장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