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열기

YU News Room

퇴계 후손, 퇴계 연구로 박사 되다! N

No.1962546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10.02.07 00:00
  • 조회수 : 16490

퇴계15대손 이동건(61)씨, 22일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 취득

“국격(國格) 회복 위한 학문적․사상적 토대 마련이 꿈”

[2010-2-8]

 

 “‘선비사상’은 절대로 고리타분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소위 ‘샌님’ 문화가 아닙니다. 유교를 기반으로 탄생한 선비사상은 오히려 한국문화의 백미라 할 것입니다. 청렴결백하고, 직분에 충실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유교적 미덕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교육을 통해 ‘된 사람’을 만들고, 국격(國格)을 회복해야 합니다. 영국에는 신사도가 있고, 미국에는 청교도정신이 있듯이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퇴계사상을 공부하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퇴계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의 후손이 퇴계사상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돼 화제다.

 

 주인공은 퇴계 선생의 15대손인 이동건(61, 사진) 씨. 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기도 한 그는 ‘조선시대 『聖學十圖』이해에 대한 연구-『성학십도』의 유포와 심화‧확산의 양상을 중심으로’(지도교수 최재목)라는 논문으로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68학번으로 졸업 후 중학교 국어교사로 5년간 활동하다가 78년 창업, 30여 년 간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50대를 넘기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이웃과 사회에 대한 봉사를 새로운 목표로 삼은 그는 우선 자기 자신의 그릇부터 채워야겠다는 생각에서 2000년 영남대 대학원 한국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30년 이상 건축분야에 종사해 온 그였기에 당연히 학구적 관심사도 처음에는 건축분야와 연관이 있었다. 3D기술을 이용해 김유신 장군의 집인 ‘재매정택’(財買井宅)을 재현함으로써 신라시대 한옥의 모습을 복원하고 당시 건축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한 논문으로 2002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영남대 대학원 한국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당시에도 그의 관심사는 건축과 연관되어 있었다. 손수 12채의 집을 지었고, 설계까지 직접 했다는 기록이 남겨진 퇴계 선생을 ‘건축가’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지식인들이 황실 아악원에 퇴계선생 현창비를 세웠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의 관심사는 바뀌었다. 퇴계선생의 사상 그 자체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호소카와 전 일본수상의 부인이 회원으로 있는 일본의 한 지식인 단체에서 퇴계선생을 기리는 비석을 세우고, 오늘날 일본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퇴계선생의 사상을 되살리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퇴계의 후손인 나는 뭘 하고 있었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퇴계사상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퇴계사상의 어떠한 점이 현대경영의 귀재라는 일본인들을 매료시킨 것인지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약 6년간의 연구 끝에 그는『성학십도』를 통해 퇴계가 '자기혁신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음을 주목했다.『성학십도』서문에 적힌 ‘사지습지 진천리지 반복종시’(思之習之 眞踐履之 反復終始 = 생각하고 익히고, 참되게 실천하며, 반복하여 시종일관하라)의 가르침이 바로 자기혁신의 실천적 방법론이라는 것. 그리고 퇴계의 이러한 ‘실천적‧개혁적’ 성향에서 그는 실학과의 사상적 접점을 찾고 있다. 이처럼 성리학자인 퇴계에서 후대 실학자들이 사상적 원류를 찾고 있는 것은 그가 국내 최초다.

 

 “16세기『성학십도』에서 나타난 실천적 방법론이야말로 현대경영이론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기혁신(Innovation)의 방법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자기혁신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인은 물론 국가나 기업에 요구되고 있지요. 그 점이 바로 우리가 퇴계사상을 제대로 연구하고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라고 강조하는 그는 “이제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국학센터’(가칭) 설립을 제안해 둔 상태인데,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대구‧경북이 ‘대한민국다움’의 본산으로 거듭 나고, 퇴계사상이 국격을 높이는 학문적‧ 사상적․문화적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