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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News Room

[Glocal 특별대담]박한식 조지아대 교수와 이효수 총장 N

No.1962579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09.11.30 00:00
  • 조회수 : 17628

"Glocalism 의 깊고 푸른 바다, 상생과 조화로 호흡하고 건너라.”
- 글로컬리즘, 그리고 영남대의 미래

 

[편집자]한동안 세계를 이끌었던 글로벌리즘(Globalism)은 이제 지역의 정체성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로컬리즘(Localism)과 맞물려 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권하고 있다. 대륙과 국가, 인종과 문화 사이를 넘나드는 수많은 소통의 길 위에서 이제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이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미국 조지아대학 국제문제연구소(GLOBIS)에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연구해온 박한식 석좌교수와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글로컬리즘(Glocalism)에서 찾아야 한다며 최근 영남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이효수 총장이 지난 11월 16일 영남대에서 만났다.

 

 미국 패권주의, 투기자본이 빚은 금융위기, 무책임한 지구환경 파괴 등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진 인류가 미래를 희망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또 국가와 지방, 개인과 대학은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야 되는지 두 석학의 대담을 정리한다.
 

 글로컬리즘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는 美조지아대 박한식 석좌교수(좌)와 이효수 총장 

                       

왜, 지금 우리는 ‘글로컬리즘’을 말하는가

 박한식 : 사회주의 붕괴 이후 팽창을 거듭하던 글로벌리즘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리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에 바탕을 두고 세계가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즉 ‘글로컬리즘’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화를 둘러싸고 일국(一國)중심에서 다국(多國)중심으로, 양(量)이 아닌 질(質)적 가치로의 변이 담론들도 나오고 있다. 글로컬리즘은 기존의 세계화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미국화’라는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면서 지역과 문화, 개인 등 이른바 ‘로컬(지역)의 다양성’을 경시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산업사회가 초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글로벌리즘은 자기 울타리만으로는 부족해 넘쳐난 결과들을 막을 수 없었다. 세계는 판매와 노동, 금융 등 시장을 확장하고, 정치적으로도 국경을 초월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다국적 NGO들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시장문화를 추종하다 보니 인간의 본질적 가치가 왜곡되고 변질되고 있다. 인간의 정체성 위기를 불러 자기부정이나 퇴폐문화를 조장했을 뿐 아니라, 공동체를 망가뜨리고 지구 파괴를 향해 가고 있다. 이는 세계시장화 과정에서 ‘인간’이 소외된 결과다. 그것이 글로벌리즘의 맹점이다. 
 
 이효수 : 이런 일련의 폐해들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글로벌리즘이 낳은 많은 순기능들조차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글로벌리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 교수님의 말씀처럼 ‘인간’이 빠진 시장의 확장이 글로벌리즘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스탠더드’라는 획일화된 잣대를 내세워 선진과 후진으로 이분하고, 선진을 후진에, 강자의 논리를 약자에 무조건 이식하려는 논리가 지배하면서 인류 전체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모든 국가는 나름의 발전단계를 밟으며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발전해야 한다. 일방의 논리로 세계화를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동질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학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글로컬리즘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단, 앞으로의 논의에 앞서 글로컬리즘이 글로벌리즘에 정반대에 선 담론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오히려 글로컬리즘은 글로벌리즘의 맹점을 보완하면서 ‘지속가능한 세계화’(sustainable globalization)를 가능하게 하는 처방인 것이다.        

 

 글로컬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상호존중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가 장점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호 학습하고,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글로컬리즘은 기본적으로 평화주의, 상호존중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글로컬리즘 최고의 가치는 바로 ‘조화’ 
 박한식 : 참 옳은 말씀이다. 글로컬리즘은 글로벌리즘의 좋은 점까지 버리자는 게 아니다. ‘이것’과 ‘저것’이 ‘글로벌 하게’ 만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과정은 분명 의미와 가치를 지닌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리즘이 지닌 획일주의와 이분법적 가치관은 극복되어져 한다. 나는 그 가치가 바로 동양문화권이나 우리나라의 전통사상에서 찾을 수 있는 ‘조화’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조화는 이질(異質)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이 상호 보완해 ‘1+1=2’가 아닌 ‘+∝’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조화의 개념은 서구에 없는 것이다. 글로벌리즘에 이러한 ‘조화’의 개념과 ‘인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결합시킨다면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글로컬리즘은 세계화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이 총장의 말씀처럼 오히려 글로벌리즘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글로컬리즘이다. 글로컬리즘은 글로벌리즘에 본질을 부여하는 것이다. 글로벌리즘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글로벌리즘과 글로컬리즘은 서로 등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컬리즘의 묘미를 더해 지금까지 진행된 세계화의 병폐를 정화(淨化)하자는 것이다.
  

‘글로컬리즘’, 대학과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이효수 : 글로컬리즘의 적용 범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전 부문에 걸쳐 있다.

 ‘지식’의 의미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지식이 아니라 ‘목적의식이 담긴 지식’이 필요하다. 글로벌리즘의 과오를 치유, 예방하고 나아가 글로컬리즘의 가치관, 즉 평화와 조화를 지향하는 지식이 필요하다. 사실 그 동안  대학들은 기르고자 하는 인재상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 교육의 질보다 외형적 성장만을 중요시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대학의 소명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무조건 글로벌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민족과 인류를 위해 어떠한 인재를 길러내야 할 것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박한식 : 목적을 상실한 ‘수단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육이야말로 ‘인간’을 중심가치로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 역시 ‘인간’을 망각하는 순간 수단으로 전락해 인류의 생명까지 위협한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 따라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고뇌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에 요구되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존재가치인 것이다.    


영남대의  새로운 길, ‘글로컬 이니셔티브’ 

 이효수 :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영남대는 최근 새로운 비전 ‘YU Glocal Initiative’을 선포했다. 대학 환경이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창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 시기에 영남대가 ‘글로컬’에 천착한 것은 영남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속에 글로벌과 로컬이 제대로 상생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큰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남대가 진심으로 민족과 인류의 문제를 고민하며, 민족과 인류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YU Glocal Initiative’는 지식의 생산과 인재의 육성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한국의 세계화와 지식기반 사회화를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이 되겠다는 영남대의 의지를 담고 있다. 21세기 인류문명사를 결정지을 ‘세계화’와 ‘지식기반화’라는 양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 패러다임을 영남대가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남대는 앞서 말한 바처럼 ‘지식생산자’로서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글로컬 이니셔티브를 구현하기 위해 제시한 3대 목표와 7대 전략, 21개 Action Plans, 100대 세부과제는 이런 문제의식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
 
 먼저 교육에 있어서 영남대는 인재 육성의 패러다임부터 바꾸어 나갈 것이다. 지식과 정보를 수집, 분석, 가공하여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 인성과 창의성, 진취성을 바탕으로 지식사회와 글로벌 마켓에서 활동해나가는 미래지향적인 인재, 그것이 바로 영남대가 기르고자 하는 ‘Y형 인재’인 것이다. 물론 전 교과과정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글로컬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다. 학생 개개인이 철저하게 글로컬리즘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구사할 줄 알게 된다면 반드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연구에 있어서는 학문간 융ㆍ복합 연구풍토를 정착시켜 10년 안에 3대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Global frontier 10-3-10’ 전략을 과감히 추진해 민족과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영남대는 ‘Gift(Green Innovation For Tomorrow) plan’, ‘CVC(Cultural Value Creation) plan’, ‘H2O(Happiness & Health Oriented) plan’을 과감히 추진해나갈 것이다.
 
 ‘GIFT Plan’를 통해 영남대는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등 지구적 문제에 대해 먼저 고민하며 녹색혁신을 선도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위한 ‘선물(GIFT)’을 준비할 것이다. ‘CVC plan’을 통해 영남대는 문화의 다양성을 고부가가치화하는 융복합연구에 주력할 것이다. 또한 최근 우리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기에 제대로 된 정책도 나올 수 없었다. 다문화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겪게 될 문제에 지금처럼 대처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하며, 향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면 더욱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에 영남대는 이 분야에 대해 집중 연구하여 오히려 ‘다문화’를 우리사회의 성장잠재력으로 재창조하는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H2O plan’을 통해서는 의대, 약대, 생명공학부와 IT를 융∙복합으로 묶어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한 인류의 건강과 행복증진에 기여하는  ‘생명수(H2O)’와 같은 대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3대 분야에서 영남대는 반드시 프런티어를 찾아낼 것이다. 이미 올 상반기 국비 1천억 원을 확보해 그 실현가능성을 다졌다.
 
 이 모든 것은 민족과 인류에 대한 진정한 고뇌에서 비롯한 것이며, 글로컬리즘의 거대한 흐름을 앞서 나아갈 영남대의 미래이다. 무엇을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대로 알고 떠나는 항해이기에 영남대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보다 큰 가치들로 다가올 것이다. 

 

 박한식 : 60여 년의 전통을 지닌 영남대학교가 민족과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며 웅대한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대구가 고향인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아울러 영남대학교와 우리 국제문제연구소가 파트너가 되어 ‘글로컬리즘’의 이론적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