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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News Room

"움츠린 젊은이들에게 희망 줄 수 있길..." N

No.1962230

50세에 의사국시 합격, 의대 82학번 김윤권 씨. 절망의 끝에서 인생역전

요양․실버의료 분야 전공해 봉사하는 삶 희망

[2012-1-30]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의사시험에 합격해 정말 기쁩니다. 그동안 불평 한 번 없이 믿고 응원해 준 아내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 한국나이로 50세가 된 김윤권 씨(경산시)는 7살 딸과 6살 아들을 둔 가장이다. 그는 최근 발표된 제76회 의사국가고시에서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이로써 기초생활수급자로 벼랑 끝에 몰렸던 그는 인생의 제2막을 펼치는 순간에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1982년 청운의 꿈을 안고 우수한 성적으로 영남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그였지만 대학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고. “어린 생각에 의사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답답했어요. 뭔가 다른 삶의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느라 공부도 소홀히 하고 시간을 어영부영 보냈죠. 등록을 무려 24번이나 했고, 1996년 2월에 졸업은 했지만 의사국시를 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도 나에게 주어진 다른 삶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는 결국 휴대폰대리점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도를 맞았고, 2004년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을 유지하던 그는 결국 2008년 개인파산을 신청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와중에 선친도 여의고, 모친까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대학교 다닐 때는 집이 넉넉해서 먹고살 걱정은 평생 안하고 살 팔자려니 했습니다. 그래서 별로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벼랑 끝에까지 몰릴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2009년 가을, 그는 마침내 의사국가시험을 보기로 결심했다. 한의사였던 할아버지의 바람처럼 의사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리고 1년 동안 영남대 의과대학 도서관에서 기거하다시피 하면서 공부에 매달렸고, 2010년 제75회 의사국시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의사국시 제도 때문에 그는 실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침내 필기시험에 이어 실기시험까지 합격, 의사면허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조만간 지역의 한 요양병원으로 출근하게 된다. 예전부터 가까이 지내던 선배의 추천이 큰 도움이 됐다고. 이제 그는 요양이나 실버의료 분야 전문의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이 나이 먹도록 가족부양도 제대로 못하고 산 것이 정말 부끄럽지만, 요즘처럼 팍팍한 세상에서 좌절하고 움츠려든 젊은이들에게 제 이야기가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절박하게 매달리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는 그는 “그동안 대학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것을 비롯해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 이제 갚으면서 살아야죠”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