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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한우 혈액, 백신생산용 '혈청국산화’ 길 열다 N

No.1962275

 최인호 교수, 구제역 백신 생산용 세포주 배양 성공

[2011-10-4]

 

* 세계 최초 ‘성별 특이성’ 고려한 맞춤형 혈청 연구

* 특허청 평가결과 사업성 인정, 국내외 특허 출원

* 전량 수입의존 국내 혈청시장, 연간 200억 원 수입대체 효과 기대

 

 지난겨울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인한 국내 피해액은 약 2조원에 달하며, 앞으로 국내에 사육 중인 1,300만 마리의 소와 돼지에 두 번씩 백신을 접종하자면 필요한 구제역 백신의 수입액도 매년 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백신접종 없이 구제역 야외바이러스(NSP)항체가 형성된 축산농가의 출현이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 구제역 재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한 국내대학 교수가 동물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혈청의 국산화 및 대량생산 가능성을 연 연구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영남대 생명공학부 최인호 교수(47, 소유전체은행장, 사진). 그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한우혈액에서 추출한 혈청을 활용한 구제역 백신 개발용 세포주의 배양에 성공했다. 이는 201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도축된 60만 마리의 한우에서 방혈돼 거의 대부분 버려졌던 약 1만5천톤(t)의 혈액을 재활용함으로써 전량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혈청시장에서 연간 약 200억 원 규모의 수입대체효과를 낳는 고부가가치화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성호르몬의 다량 포함된 혈액이 무방비로 방류돼 생태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최 교수의 연구는 ‘성별 특이적’ 맞춤형 소혈청 생산 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존의 소 혈청은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채취·가공된 반면, 최 교수는 동물의 성별마다 혈액 내에 존재하는 호르몬이나 구성 물질이 다르기 때문에 세포 배양에 특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반, 2010년부터 농촌진흥청의 연구비 지원 하에 소의 성별(암컷, 수컷, 거세수컷) 특이적 소혈청에 대한 연구를 세계 최초로 진행했다.

 

 그 결과 구제역 백신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세포주(BHK-21)가 수입한 소태아혈청에 비해 성체한우의 혈청에서 더 잘 자란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특히 암컷 혈청보다 수컷 혈청에서 훨씬 더 잘 자란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각각의 바이러스나 세포마다 배양에 최적인 성별 특이 혈청(일명 ‘맞춤형 혈청’)의 개발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 교수의 성별 특이 소혈청 생산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이미 국내특허를 취득했으며, 현재 국제특허도 출원 중이다. 또한 2011년도 특허청 지원 ‘연구실특허전략사업’에 선정돼 산업화 가능성을 진단받은 결과, ‘산업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국내 구제역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가능성까지 밝히고 있다.

 

 “백신은 활성이 없거나 약화된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일부 성분을 동물 또는 사람에 주입해 체내 면역기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게 함으로써 나중에 동일한 바이러스가 실제로 체내에 침입했을 때 저항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결국 백신으로 활용될 바이러스의 대량 생산 기술이 백신 개발의 관건인 셈이죠.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영양분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의 혈청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고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그 중 85% 정도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죠. 그래서 지난 2008년 북미 대륙에서 광우병이 발병했을 때처럼 갑작스런 공급 중단 사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충분한 소 혈청의 확보가 백신 국산화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의 하나인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하에 최 교수는 2008년부터 국내에서의 소 혈청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년간 예비실험을 진행해 생산된 한우 혈청을 다른 연구자에게도 제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농촌진흥청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소 혈청의 산업화 연구를 본격화해 마침내 환경 폐기물이 될 수 있는 가축 혈액의 산업화의 길을 연 것이다.

 

 “성별 특이 혈청이 산업화 될 경우, 수입 소태아혈청에 비해 몇 배나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 가능하기 때문에 농가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 최 교수는 “물론 청결하고 일정한 규격의 혈청 생산을 위해 도축장의 시설을 최신화하고 백신 생산용 혈청의 생산에 적합하도록 일부 농가의 사육 시스템도 바꾸어야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지만, 지금부터라도 혈청 생산에 대한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나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국제 규격의 백신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 교수는 오는 10월 7일(금) 영남대에서 소유전체은행 주관 ‘백신생산을 위한 한우 혈액의 연구소재화 및 산업화 방안’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고, 최근 생명공학분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산업화 가능성을 모색한다.